왕위찬탈을 노린 수양대군 일파에 의해 참살당한 절재(節齋) 김종서(1390∼1453). 그는 우리 순천을 본관으로 하는 순천 김씨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주암면 겸천서원(謙川書院). 옥천 조씨(玉川 趙氏) 서원인 겸천서원에 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관리인들의 말에 따르면 후손들의 발길은 끊인 지 오래인 듯 싶다.
주암면 죽림리에 있는 겸천서원은 절민공(節愍公) 조숭문(趙崇文)과 그의 부친 조유(趙瑜), 조숭문의 아들 조철산(趙哲山) 등 삼대를 모시고 있는 서원이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조숭문 장군의 후손 조홍남(75세) 씨는 매년 음력 2월과 8월의 중정(두번째 ‘丁’字 든 날) 때 제를 지낸다며 단종복위 사건과 관련하여 김종서, 박팽년 등의 위패를 같이 모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육신으로 널리 알려진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응부, 유성원 가운데 박팽년 역시 순천을 본관으로 하는 순천 박씨이다.
공주 계룡산에 있는 동학사 숙모전(肅慕殿·비운의 임금 단종과 그의 비 정순왕후의 위패를 모신 곳)에는 중앙의 정전을 중심으로 오른쪽 동무에는 안평대군을 비롯한 47인, 왼쪽 서무에는 정민공(貞愍公) 송현수(宋玹壽)를 비롯한 48인의 위패가 배향되어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동무에는 충익공(忠翼公) 김종서(金宗端) 그의 아우 순천인(順天人) 김종한(金宗漢)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서무에는 박팽년의 아버지인 문민공(文愍公) 박중림(朴仲林), 충정공(忠正公) 박팽년(朴彭年), 절민공(節愍公) 조숭문(趙崇文), 옥천인(玉川人) 조철산(趙哲山), 순천인(順天人) 박인년(朴引年), 순천인(順天人) 박영년(朴氷年), 순천인(順天人) 박기년(朴耆年), 순천인(順天人) 박대년(朴大年)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순천 김씨, 순천 박씨, 옥천 조씨가 계유정란과 단종 복위 사건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겸천서원에서는 김종서, 박팽년 등의 위패를 같이 모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인 인물들을 모시고 있는 겸천서원 일대의 보존상태가 허술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의(忠義)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이들 세 가문의 인물을 모시고 있는 겸천서원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더불어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